루이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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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를 삼킨 소년
사유
·
2026-01-07 16:26
네 목구멍 속에 지네가 있는 것 같아.

투고일: 20.10.18



츠카사 군.

왜.

네 목구멍 속에 지네가 있는 것 같아.


책상에 엎드린 채 뭉툭해진 연필을 쥐고 무대 의상을 스케치하던 츠카사의 손이 우뚝 멈추어 선다. 동시에 움찔, 어깨가 눈에 띄게 들썩인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네 목구멍 속에 지네가 있어. 물론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 지네가 제 발로 사람의 축축한 입속으로 들어갈 일도 드물다. 누구보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츠카사라면 더욱 그런 참사를 겪을 일은 없다. 평소보다도 유난히 무료한 저녁이었고, 제 방에 눌러앉아 무언가 열심히 끄적이는 츠카사를 지켜보는 것밖에는 달리 할 것이 없었던 루이는 그저 궁금했을 뿐이다. 이 자리에서 즉시 그를 한계까지 몰아붙일 수 있을까. 그리고 그는 저에게 등을 기대올 것인가.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오른 목이 시야에 들어온다. 긴장한 듯 침을 삼키자 선명한 울대뼈가 움찔거린다. 루이는 그것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단숨에 움켜잡는다. 야!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연필이 굴러떨어진다. 도로록, 곧 책상 아래로 낙하, 그리고 돌연 탁, 데구르르.

연필은 부러졌을 것이다. 다시 깎아야겠네. 생각하며 루이는 제 손안에 들어온 살갗을 부드럽게, 달래듯 살살 쓸어 본다. 도드라진 목울대를 지그시 눌렀다가 매만진다. 누른 자리가 잠시 희게 질렸다가 다시 붉어지는 광경을 바라본다. 힘이 잔뜩 들어간 목울대는 단단하고 뜨겁다. 손을 타고 흐르는 심장 박동이 빠르게 요동친다. 이 정도면 130……, 아니, 160까지는 가려나. 꽤나 긴장했네. 태연하게 심박수를 어림해보며 손아귀에 준 힘을 푼다.


여기, 느껴지지 않아? 조금 간지럽지?

루이, 이, 이제……, 그만. 장난은…….

츠카사 군은 이게 장난 같구나?


몇몇 매니악한 어른들은 그런 짓을 즐긴다고 들었다. 양손으로 기도를 압박해서,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들고 밀어붙인다. 생명과 직결된 요소를 쉽게 손에 넣어선 좋을 대로 주무른다. 어디까지나 세이프 워드가 존재하는 행위이지만, 사람 하나를 한계까지 떠밀어버리는 것쯤이야 일도 아닌 셈이다.

하지만 루이는 두 손을 직접 쓰는 것을 포기했다. 당장 내일도 학교에 가야 하는 츠카사의 목에 멍을 남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정도의 상식은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물리로 사람을 끌어내려봤자 같이 떨어질 뿐이었다. 루이는 한 번 확인해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악력이 아닌, 더 간사하고 지능적인 수단으로.


과학 시간에 배웠잖아. 위에서부터 인간의 입까지 쭉……, 이어진 식도.


쇄골에 걸치고 있던 손가락을 살며시 밀어 올린다. 목울대를 지난 손이 턱을 훑고 올라가 곧 입술에 닿는다. 달아오른 숨결이 살갗만큼이나 뜨겁다. 내내 목 언저리를 향하던 시선을 들어 츠카사와 맞춘다. 두 눈에 담긴 감정은 명백한 공포심이다. 참, 알기 쉬운 사람이다. 루이는 작게 웃음을 흘리고는 다시 입을 연다.


그 속을 물컹하고, 꾸물거리고, 관절마다 이리저리 꺾여나가는, 기다란 지네가 기어가고 있는 거야.


어렸을 때 잠시 곤충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생일 선물로 받은 하드커버 곤충백과를 들추다 보면 지네의 설명이 나온 페이지도 분명 눈에 띄곤 했다. 거기 뭐라 적혀 있었더라. 기계를 만질 때 오래 잊어버리고 있었던 공식을 기억해내야 할 일이 생기면 으레 그랬듯이, 루이는 케케묵은 장기기억의 파편을 끄집어내며 중얼거린다.


츠카사 군, 그거 알아? 어떤 지네는 백오십 쌍이 넘는 다리를 가지고 있대. 그리고 전부 따로 움직인대. 그 다리 쌍이 하나씩 순서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 봐.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그렇게 백오십 번째까지 쭉. 톱니바퀴가 맞물리듯이. 체액으로 끈적끈적한 식도를 타고 조금씩, 천천히.

제, 제발. 루이……. 그런 거짓말, 기분 나쁘다고…….


검지와 중지를 들어 녀석의 목 위를 징검다리 건너듯이 가볍게 쿡쿡 찌르니 몸 전체가 동요한다. 가엾은 텐마 츠카사는 지금쯤 상상조차 하기 싫은 그 큼지막한 절지동물이 기어 다니는 상상으로 머리가 가득 찼을 것이다. 조금만 더, 한 발짝만 더, 딱 한 마디만 더 하면 넘어올 것 같은데. 이쯤에서 루이도 애가 탄다. 하지만 끝내 무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이건 그렇게 끌어당겨야만 하는 줄다리기였으므로.


답답하지? 가렵잖아. 위험하다는 생각 안 드니? 길쭉한 더듬이 아래에는 발톱이 있어. 너도 알지? 새까맣고 딱딱한 거. 그게 당장이라도 네 목구멍을 뚫고 나올 수도 있을 거라는 느낌 안 들어? 있지, 호흡은 제대로 할 수 있는 거야? 츠카사 군, 너 지금…….

수, 숨이.


루이가 호흡, 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은 순간 츠카사의 눈이 크게 뜨인다. 홍채에 짙게 깔린 공포심 위에 당혹감이 덧씌워진다. 루이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단어가 문장이 채 되지 못하고 흩어진다. 괴롭게 몸부림치던 녀석이 이윽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두 손을 제 목으로 향한다. 별안간 손끝을 세워 긁는다. 목구멍에 뻑뻑하게 들어찬 상상 속의 지네를 파헤치기라도 할 것처럼.

벌건 목에 생채기가 나기 전에 루이는 츠카사의 손을 붙잡는다. 그리고 굳은 채 간신히 벙긋거리기만 하는 입술에서 몇 개의 음절을 읽어낸다. 숨이, 안, 쉬어져. 그리고…….


도, 와, 줘.


거짓말은 너무 쉽게 장막을 치고 진실이 된다. 기껏해야 삼사 분이나 지났을까. 원하던 대답을 얻은 루이는 노골적인 웃음기를 지워내고 고개를 숙인다. 미동도 하지 못하고 뻣뻣하게 굳은 츠카사와 이마가 닿는다. 여기, 저로 인해 저주받은 입술이 있다. 호기심을 해결해준 답례로, 숨 쉬는 법조차 까먹은 그 입술에 구원을 선사하자. 루이의 텅 빈 입이 천천히 벌어진다.

붉고 축축한 목구멍 속에서, 커다란 지네를 끄집어낼 시간이다.